발해는 백두산 화산 폭발로 멸망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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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참한역사미디어 댓글 0건 조회 538회 작성일 23-06-08 23:05본문
[윤명철교수의 역사대학] 발해는 백두산 화산 폭발로 멸망한 것은 아니다.
발해는 특별한 나라이다. 고구려 유민들이 힘겹게 세우고, 노력해서 강국이 된 나라이다. 기질도 강하고, 아시아의 바이킹이었으며, 무역도 활발했다. 그런데 후기에 들어가면서 내부에 분열이 생겼다.
발해가 내부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조짐은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수 백 년 동안 발해의 관리체제에 있었고, 통치를 받았던 말갈족들이 떼를 지어 국경을 넘어 신라지역으로 몰려오거나 항복을 청했다. 고려가 건국한 후에는 말갈족뿐만 아니라 관리들을 비롯하여 백성들도 고려 영역으로 사람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몰려들었다. 심지어는 예부경 같은 궁정의 고위관료들까지 백성들을 거느리고 망명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말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을 보면 궁정의 내부에서 매우 심각한 권력 쟁탈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 나라가 망하는 수순을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쩌면 이리도 동일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발해 멸망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는 듯하다. 일부 일본 학자들을 중심으로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해서 그 여파로 발해 사회가 빨리 붕괴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두산은 화산지대이고, 사화산이나 휴화산이 아니라 활화산으로 분류된다. 발해의 상경성을 비롯하여 연해주의 우스리스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유적지에 가보면 화산 폭발의 흔적이 여러 형태로 남아 있다. 거리, 궁전건축, 사찰, 심지어는 성벽마저도 현무암을 사용하였다. 고구려가 화강암의 문화였다면 발해는 현무암의 문화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렇다면 발해는 한창 전성기에도 화산 폭발의 부산물들을 활용하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1995년에 일본인 학자인 마츠다 히로시는 10세기에 백두산에서 대규모의 화산 폭발이 일어났으며, 그 증거는 동해의 맞은편인 일본열도 혼슈 북부와 홋카이도 일대에서 발견된 화산재라고 한다. 발해인들이 북서풍을 타고 동해를 건너 일본열도에 상륙했듯이 날아왔다는 학설이다. 이 주장은 왠지 강대국의 멸망을 신비스럽게 포장하는 느낌이 들어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연재앙이 강대국을 일거에 멸망시킨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러 저러한 요인들이 있을 수 있지만 역시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다가, 요나라의 공격에 항복했다는 것은 다른 무엇으로도 화장할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야율아보기는 친정을 나가기 전에 작심하고 이렇게 말했다. “발해국은 대대로 원수인데, 아직 보복을 완수하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듯한 그는 마침내 화려하게 그 뜻을 성취하였다. 그럼 멸망한 발해 유민들은 요를 원수로 생각했을까? 요는 발해를 멸망시키고 난 후에 동쪽의 거란이란 의미로 동란국(東丹國)을 세웠다. 일종의 괴뢰정부인 셈이다. 발해유민들의 저항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백제의 의자왕은 비록 허무하게 항복했지만, 백성들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곧 200여성을 회복하였으며, 복국운동을 무려 3년 간이나 불길처럼 일으켰다. 고구려의 평양성은 비록 항복했지만, 다시 부흥운동이 일어나 30년 만에 마침내 발해로 환생하였다. 그렇듯 발해는 임금과 조정이 항복했다 해도 나라와 백성은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다. 상경성과 몇몇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의 백성들은 이러한 거짓 같은 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야율아보기가 급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항전의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장령부(長嶺府), 안변부(安邊府) 정리부(定理府) 등에 이어 함경도의 남해(南海)와 철주(鐵州)까지 항전의 불길로 뒤덮였다.
하지만 결국 발해는 명을 다했다. 발해의 유민들은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일부 세력들이 압록강 하구로 모여들었다.
화산폭발은 발해가 멸망한 926년 후에 일어났다. 진정 발해를 위한다면 흥미거리로 보다는 왜 멸망했는지를 정확하게 찾아보고, 스스로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너무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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